- 지역문화재단 구성원 일만인 선언 -
‘지역’은 지정학적 영역일 뿐 아니라, 우리 삶의 정체성 자체이다. 그럼에도 지역은 중앙 중심적 개발과 발전의 미명 아래 끝없이 대상화되며, 욕망의 동화와 정책의 배제 속에 인구절벽과 지방소멸, 청년유출 등 국가 위기의 지표로 가늠되고 있다.
이제 지역은 경제생태계의 대상에서 생명생태계의 주체로 전환되어야 하며, 다시 문화생태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 변화를 향한 열망과 부단한 도전을 이끄는 힘은 문화와 예술에 있다. 지역이 가진 숭고한 고유성과 새롭게 부각되는 개성은 그 동력이 될 것이다.
이에 지역문화재단은 중앙 중심의 문화정책이 간과하고 있는 지역 문화예술의 가치와 실천 행위들을 뜻있게 펼쳐나감으로써 미래의 삶을 아름답게 열어갈 것이다.
지역문화재단의 일만인(一 萬人) 구성원은 그 봉사자임을 깊이 인식하고,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하나, 지역문화재단은 지역의 건강성을 간직하고 키우는 최후의 거점이다.
정보가 지능으로 변모하는 시대에 기술로 대체되지 않는 인간의 영역은 지역과 문화에 있다. 새로운 문명이 빠르게 인간의 자리를 차지하는 가운데, 지역은 다양성의 실체로서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공동체이며, 문화와 예술은 기술적 통합과 표준적 사고에 맞서 진정한 인간을 추구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하나, 지역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회복의 대상이며, 지역문화재단은 그 실천의 주체이다.
지역은 우리 삶의 ‘시원’이자 숨겨진 ‘미지’이다. 지역 균형 발전이 그 정치적 목적과 효과에 몰두하여 예산 배분과 자원 활용으로 지역을 소비할 때, 지역문화재단은 우리 삶의 예술적 원형을 보전하여 그 문화적 향기를 사회에 되돌리는 주체가 될 것이다.
하나, 지역문화재단은 문화와 예술을 누리고 즐기는 삶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예술적 인간 하나하나가 지역이며 그들의 경계가 바로 우리의 문화이다. 문화와 예술에 있어서 지역은 각자의 접면에서 끝없이 마찰하며 건강한 동력을 생산한다. 지역문화재단 네트워크는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문화지도이자 통로이다. 지역문화재단 구성원들은 예술과 문화의 생명력이 지역주민의 삶에 체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예술이 ‘생명’에 대한 질문으로 태어난다면 문화는 ‘삶’에 대한 응답으로 존재한다. 문화와 예술의 가치는 우리 존재의 뿌리인 ‘생명’과 경험의 총체인 ‘삶’을 행복하고 아름답게 가꿈으로써 빛을 발한다. 지역문화재단과 그 구성원들은 지역의 숨겨진 문화적·예술적 삶을 찾아내고 각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예술로부터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삶의 미학적 기준을 재확립하고, 이를 현실적 가치로 전환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에 지역문화재단의 일만인 임직원 일동은 개인과 개인, 집단 간의 끊임없는 연대와 협력을 통해 문화와 예술의 가치를 높이고 미래 문화자원을 발굴하는 “지역문화의 주체”가 될 것임을 선언한다.
2023. 07. 05
전국지역문화재단 임직원 일만인(一萬人) 일동
낭독자 : 박정자 (연극배우, 관악문화재단 이사장)
백옥선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장,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이창기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장,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